요즘 전자 상거래 사이트는 각종 첨단 기술들로 무장돼 있다.

전자 상거래 사이트가 도입한 추천 엔진(물건을 산 고객에게 관련 상품을 추천해 주는 소프트웨어)이나 CRM 소프트웨어들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더 많은 상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그들의 만족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런 신기술들에 놀라기도 하고, 좋은 아이디어라며 만족해 하기도 한다.

이들이 도입한 신기술 중에 소위, “즉석 만족(instant gratification)”이라고 불리는 아이템 운송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주문한 물건이 2개 이상일 때, 이 물건들이 모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물건이 마련되는 대로 곧바로 하나씩 운송해 주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고객의 기다림을 최소한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이 시스템은 그러나, 때로 고객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무식한 기술이 되기도 한다.

쇼핑 사이트가 패스트 푸드 점인 줄 아는가

난 최근 아마존(Amazon.com)에 할머니 생신 때 드릴 선물을 사기 위해 들렀다. 난 카시오 CD 플레이어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 요즘 CD로 나오는 책들이 많은데 우리 할머니도 뜨개질을 하시며 CD 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내가 CD 플레이어를 쇼핑 카트에 넣자 아마존의 추천 엔진은, 똘똘하게도, CD 플레이어에 들어가는 배터리 10개짜리 패키지를 추천해 왔다.

좋은 생각이었다. 할머니는 분명 CD 플레이어의 배터리를 사기 위해 상점까지 내려가는 걸 엄청 귀찮아 하실 테니 말이다. 난 이 배터리 패키지도 쇼핑 카트에 담았다. CD 보관 케이스, 각종 음악 CD와 CD 책 등 수 만가지 추천들이 다시 쏟아져 들어왔지만 모두 무시하고 곧바로 주문 버튼을 눌렀다.

선물 포장 옵션에서 난 잠시 고민을 했다. 생각을 해보니 CD 플레이어를 선물하는데 건전지까지 포장할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같은 상자 안에 담겨 배달될 텐데 건전지 때문에 5달러 포장비를 더 들일 필요는 없었다.

주문한 다음날 나는 아마존으로부터 예상치 못했던 기별을 받았다. 아마존 이 놈들이 내가 주문한 배터리가 먼저 준비됐다고 CD 플레이어 없이 배터리만 먼저 할머니 댁으로 우송해 버렸다는 것이다.

배터리 10개들이 패키지를 받을 할머니의 표정이 눈에 선했다. 생일 선물인 줄 알고 흡족한 마음에 상자를 열었더니 그 안엔 에너자이저 배터리 10개만 달랑. 할머니는 아마 이렇게 말씀 하시겠지. “이게 뭐람? 요즘 아무리 경기가 안 좋다지만… 내가 이 배터리 갖다 어디다 쓰라고??”

지나친 자동화, 과잉 친절로 이어진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내가 배터리를 산 것은 추천 엔진이라는 또 다른 소프트웨어 덕분이었는데, 정작 물건을 배달하는 소프트웨어는 카시오 CD 플레이어와 배터리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전자 상거래 사이트가 애당초 새로운 기술들을 도입한 것은 비용은 최소로 하면서 고객 만족도를 최대로 하는 효율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원한 효율성은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추락하곤 한다.

아마존이 애당초 CD 플레이어와 배터리 사이의 상관 관계를 알았다면, 그리고 CD 플레이어와 배터리가 같은 사람에게 선물로 주문됐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두 가지 아이템을 따로 보내 버리는 어리석은 짓은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다.

아마존은 쓸데없이 준비된 배터리를 먼저 우송하는 바람에 선물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게다가 UPS 운송비와 아이템 포장비까지 낭비하고 말았다. 결국, 아마존은 고개 만족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격이다.

전자 상거래 사이트에 고객의 마음을 ‘헤아릴’ 신기술을 도입했다면 모든 기술들이 서로 연동돼 움직여야 한다. 신기술들이 사이트 안에서 각각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고객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결속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출처 : 코리아인터넷닷컴 (http://korea.internet.com)